처음 화장터에 갔을땐 그저 연기 그을음에 눈만 아팠었다.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나고, 내 눈 앞에 사람 몸 덩어리 일부분이 장작불에 타고 있는 모습이 보여도 사실, 내 마음은 동요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았다. 한달 후, 다시 그 화장터에 갔을땐 나는 남몰래 울먹였다. 내 사랑도 삶과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였다라고 생각하니 나는 지난 일 때문에 겪었던 상실감을 모두 보상받고 싶어졌다.
우다이뿌르의 어느 따뜻했던 루프탑에서 나는 자신했었다. 이제 내 아픔은 무뎌졌다고, 내 힘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고아로 향하던 길엔 세상에 동화되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웠다. 바라나시에선 너를 옆에 두고도 소리내어 참 많이 울었다. 네 무릎에 누워 눈을 뜨던 날 아침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기차 안에서 보던 뿌리의 야자수들과 흙색이 눈에 아직도 선했다. 이른새벽, 부산 공항에서 네 눈을 차마 마주할 수 없었던 일까지 하루 이틀 시간이 자꾸만 거꾸로 흘렀다.
나는 결국 화장터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그 길로 네팔행 티켓을 끊으러 갔다. 나는 그 곳에 있기가 괴로워졌다. 밤에 홀로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일쯤은 해낼 수 있을것만 같았다.
2008. Varanasi. India.
by. 로즈마리화나 (RoseMariJuana,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