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e 나를 빛낸 虛想과의 이별/후시아 햇볕 강한 낮일수록 나비 같은 몸짓들만 있었다 허기진 몸짓은 보이지 않았다 기력 없는 그림자로 살고 싶을까 밤은 어둠이 있어서 평온하다 어둠 뒤에 숨어 있는 빛 빛을 깔고 깨어나는 밤의 속성 마침내 밤은 흙이 되어 새싹들을 틔운다 허기진 것들을 위하여 그 밤에 꿈을 꾼들 어떠하리 연두 빛 저고리에 노을 빛 치마를 차려 입고 새벽 이슬로 목을 축여 첫 기도를 올리고 그리움이 된 눈물은 비가 되어 갈증을 풀어주고 열정의 순간처럼 벌판을 발칵 뒤집어 놓는 바람의 손바닥에 연서를 써서 보낸다 천년의 기다림으로 필 것 같은 꽃 꽃 피는 그 날은 꿈속에서 마냥 행복했던 나를 빛낸 허상(虛狀)과의 이별도 있다
세인real
2009-05-01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