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61
봄작별
덧없다는 말과 같이
그와 그는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났다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새어 사라지는
쓸쓸한 것들에 이제 우리가 적셔 흐를 때
그와 그는 흐릿한 막차의 불빛처럼
들판 끝 산모롱이를 돌아갔다
버려진 곳에서도 진달래꽃들은 불타듯 아름다이 피고
상한 마음으로 보아도 저녁 노을은 금관처럼 어여쁜데
그와 그가 한 소리 깊은 숲을 지나는 신음만 남기고
마지막 불꽃에 뼈마저 태우고 가버렸다
세상과 바꾸어버린 순결한 꿈들은 무엇이었을까
한송이 노오란 개나리꽃처럼 작았을지라도
사랑이 떠나버려 텅 빈 이 광망한 우주보다는 너무도 커서
저 멀고 먼 하늘 끝으로 걸어가버린 것일까
덧없다는 말과 같이
그와 그는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났다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새어 사라지는
쓸쓸한 것들에 이제 우리가 적셔 흐르며
조금씩 조금씩 아플 때
--- 나해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