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눈을 가진 소년 몇해전에 시험을 보러 오사카에 들린 적이 있다. 연도는 머리속에서 가물가물해져 가는데, 날짜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8월 15일, 광복절 시험만 생각하며 일본으로 건너갔기에 여행준비라는 건 없었다. 오전에 시험을 친 후, 그때서야 지도를 펼치고 오후에 갈 곳을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곳이 오사카성. 도착해서야 오사카성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오사카성은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이후 오사카를 본거지로 삼아 조선 침략을 준비하며 그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축성한 성이다. 한국과 일본의 오랜 악연이 시작된 역사적인 장소가 하필 광복절이라는 시간과 만났고 그 시간과 공간속에 내가 있다는 생각에 살짝 멍해진 상태에서, 관망대를 향해 올랐다. 그때 만난 일본인 아이. 사진속 어린 친구의 행색이 예사롭지 않아서 뒤에있던 아버지의 동의를 얻고 찍었던 사진. 그런데 이 어린 친구의 눈이 나를 당혹케 했다. 그의 눈은 어린이의 것이 아니였다.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그의 표정을 통해 뒤에있는 그의 여동생에서 찾을 수 있는 천진난만한 웃음이 사라진 나에대한 일종의 경계와 관조를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단순히 어른에 대한 경계인지, 외국인에 대한 경계인지.. 사진을 찍는 짧은 순간 그의 표정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정의내리기 어려운 그의 표정을 어른 눈을 가진 소년으로 단정지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그의 눈을 잊을 수 없다. Cannon 4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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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5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