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기가 젤루 어렵소" 서울 큰아들 집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다가 “이런 데선 답답해서 더 못산다”며 고향인 쌍암으로 내려와 장사를 시작했다는 최할머니. 할머니는 아직도 손님한테 돈 받는 일이 "젤루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돈 받을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시곤 한다. 그나마 다른 곳들과는 달리 부침개 안주는 공짜요, 술값만 겨우 받을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순박한 성품을 잘 아는지라 단골들 중에는 술값 받는 건 당연지사고 안주인 부침개 값도 받아야 한다고 성화인 사람들이 많다. “할매가 손해를 안 봐야 계속 주막 문을 열건디 맨날 부침개 공짜로 주다 보면 손해봐 부러서 문 닫을까 봐 걱정이여”라는 게 그 이유이다. 할매가 오래오래 장사를 해야 자기들도 싼값에 맛난 부침개 곁들여 술 한 잔 즐기는 재미를 계속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할머니는 “밀가루값, 식용유값이 솔찮게 들어서 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들긴 드는디 사람들이 뭐라 할까 무서워서 못한다”고 말한다. 처음 주막을 열겠다고 했을 때 돈 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재미지게만 살으라고, 장사 안 되면 자기가 다 팔아준다던 막내아들 권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주모가 이렇게 순박하고 여유로운 성품이어서일까. 장터 경기가 하루가 다르게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주막에는 늘 여유롭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장사가 안 되면 안 돼서 한 잔, 장사가 잘 되면 잘 돼서 한 잔, 누구 생일이라며 한 잔, 자식한테 용돈 받았다고 또 한 잔, 그렇게 하루하루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잔치의 연속이다. 그 재미와 여유로움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그리고 늘 건강하시길….
내일바라기
2009-03-13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