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꽃가마 타고 왔던 그길을. 옛날옛날에. 알록달록 꽃가마타고 두근두근 시집왔던 새색시는. 칠십여년 세월동안. 일곱명의 아들딸과 열네명의 손주들과 세명의 증손주들에게. 당신 마음속의 사랑을 모두 내어주고. 이제 쪼그만 몸집의 할매가 되어. 알록달록 꽃관타고 긴잠자러 갑니다. 오늘따라 햇빛은 따사롭기만 합니다. 알록달록 꽃가마타고 오던 그날처럼 말입니다. 알록달록 꽃가마타고 왔던 그길을. 알록달록 꽃관타고 굽이굽이 돌아갑니다. BGM : 여행스케치 - 할머니와 빨간 스웨터. ------------------------------------------------------------------------------------- 지난주말 세상에서 절 제일 아껴주시던 외할매가 여든다섯해를 보내시고 긴잠에 드셨어요. 그러고보니 사진찍는답시고 설치는 외손자녀석이 외할매 사진이 한장도 없었네요. 부끄러워서였을까요. 뒤늦게나마 남겨보는 외할매 사진입니다.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할매. 진짜 안녕.
kaya
2003-12-19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