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주막
올해 여든 살이라시는 최할머니의 주막은 순천 쌍암장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장날이면 장꾼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출석부에 서명을 하고, 누가 나왔고 누군 왜 못 나왔나 소식을 주고 받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
장날이면 최 할머니는 문을 열기가 무섭게 부침개부터 부쳐내기 시작한다. 꽃샘 추위를 달래기 위해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한 장꾼들이 무시로 찾아들기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는 것이다.
부침개를 부치는 틈틈이 최 할머니는 지나는 장꾼들 아무나를 붙잡고 간 좀 보라고 성화를 부리시곤 한다. 하루이틀 장사도 아니고 기본 음식솜씨가 있는데 간이야 오죽 잘 맞으랴만은 그 핑계로 장터 식구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싶은신 게다.
간혹 장꾼들 중 "할매, 나 이거 먹었응게 천 원 놓고 가께잉" 하고 돈이라도 건넬라 치면 "뜨건 물을 확 끼얹어 버릴랑게 어서 썩 그냥 가지 못혀?" 하며 불호령을 내리시곤 한다.
평소 주막을 하시면서도 술값만 받으실뿐 부침개는 공짜로 주실 정도로 인심이 좋고, 그렇게 장사를 해오시면서도 술값이라며 돈 받는 게 너무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시곤 하는 최 할머니.
늘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시길, 그래서 지금처럼 쌍암장에 온기를 더하고 주변 사람들도 더불어 행복하게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