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에...
2006년 3월 21일, 난생 처음 매어보는 무거운 가방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집을 떠나 낯선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때가 있었다면,
몸에 배인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우리가 속해있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이 순간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번 산책을 통해 거쳐온 나라들을 헤아려보니 52개국, 세어보기 귀찮은 수많은 도시와 마을들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 땅들을 걷고 지나면서 잊을 수 없는 만남들, 풍경들, 느낌들을 소유하게 된 것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우리가 가진 것들에 대해 지금도, 앞으로도 다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없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산책을 통해 갖게된 기억과 추억들이 살아가는 동안 우리 삶에 따사로운 햇빛처럼 감미로운 달빛처럼
우리와 늘 항상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이쯤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것이냐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런저런 걱정을 할 법도 하지만 그런 생각은 멀찌감치 제쳐두었습니다.
일단 새식구와 함께가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이기에 충분하고,
그리웠던 얼굴들을 만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한껏 들뜰 수 있는 이유니까요.
어려운 한국경제, 국가적으로는 그닥 환영받지 못할 백수의 귀환이 되겠지만
훗날 있을 제2차 세계여행을 위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맨하튼,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