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네 이놈들, 할아버지가 먼저 수저 드신 다음에 먹어야지"
"아 놔둬라, 애들이 뭘 안다고..."
설날 아침, 차례상을 물리고 난 뒤 아침 밥상이 들어오자 배가 많이 고팠던듯 대뜸 떡국을 향해 수저를 들이미는 딸들. 평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뒤에 먹는 거라고 가르쳐 오긴 했으되, 집에선 그리 엄하게 적용하지 않았던 터라 그런 무례한(?) 행동이 나왔나 싶어 부랴부랴 한 마디 던졌는데, 모처럼 만난 손녀가 마냥 예쁘기만 해서 그런지 아버지는 놔두라며 그저 싱글벙글이시다. 예의에 어긋나는 손녀들의 행동마저도 예쁘게만 보이시는 모양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늘 엄하기만 해 웃는 얼굴이라곤 거의 보기가 힘들었던 아버지. 어린 손녀들을 향해 마냥 너그럽고, 좀처럼 웃음 가실 틈이 없는 얼굴을 뵙노라니 이젠 아버지도 많이 늙으셨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