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고집
"엿 만드는데 왜 꼭 햅쌀을 고집하느냐는 문제로 어머니와 여러 차례 입씨름을 하곤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 입맛에야 일반미를 쓰건 햅쌀을 쓰건 별 차이가 안 느껴지겠지만, 3대에 걸쳐 엿 만드는 일을 해온 저희에겐 맛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니 어쩔 수 없다고 설득을 드렸죠."
할머니 대부터 가업처럼 이어져 내려온 창평엿 만들기에 청춘을 다 바친 이들 형제는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엿 만드는 일 또한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좋은 재료를 선별해 쓰는 것도, 농사일보다 더 힘이 듬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동안에는 요쿠르트 같은 목 축일 것 외엔 술 같은 건 입에도 안 대는 이유도 모두 그래서다.
찬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 남짓 되는 동안은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대느라 하루 평균 3시간 밖에 못 잘 정도로 강행군에 강행군을 거듭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엿을 믿고 다시 찾아주는 고객들의 반가운 전화들을 받노라면 피로조차 잊는다고...
설 대목을 맞아 요즘은 2~3주 앞 생산 예정분까지 물량이 동나 '제발 한 박스만이라도 안 되겠느냐?'는 단골 고객들의 전화를 받을 때면 입장이 참 난처하다는 이들 형제는 "다른 고객들과의 약속 때문에 제가 엿은 도저히 못 빼 드리겄고, 사과하는 뜻으로 밥 한 끼 꼭 대접하겠습니다" 하고 사죄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전통엿을 만드는 집들 중에는 언젠가부터 기계의 힘을 비는 곳들도 늘고 있지만, 전통의 맛을 지켜 나가겠다는 욕심으로 오로지 수작업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이들 형제가 앞으로도 창평엿 고유의 맛을 잘 지켜 우리에게 맛있는 엿맛을 선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