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짜장집
그 흔해 빠진 간판 하나 없고, 테이블이라야 고작 4개 남짓한 장터짜장면집.
그러나 이곳은 그런 겉보기와는 달리 순창5일장과 50년이나 함께 해 온 유서 깊은 맛집이다.
한창 장사가 잘 될 때는 짜장면 한 그릇 먹으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기 일쑤였고, 덕분에 돈통으로 사용하는 빨간색 양동이 하나가 저녁이면 꼬깃꼬깃한 지폐들로 가득 채워지곤 했지만, 그때조차도 돈이 부족하다거나 한 사람이 있으면 '형편 되는대로' 음식값을 받는 등 넉넉한 인심으로 살아온 이들 부부다.
워낙 인심 좋게, 격의 없이 장사를 해온 터라 손님들이 몰려 정신없이 바쁠 때면 시골 어르신 등 손님들이 손수 부족한 반찬을 더 챙겨 가신다든가, 심지어는 이곳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타지 손님들을 위해 기꺼이 서빙까지 떠맡는 모습도 종종 볼 수가 있을 정도이고,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목을 축이고 가는 모습이라든가, 직접 밭에서 기르신 거라며 그동안 고마웠노라 농작물 한 묶음을 슬며시 놓고 가는 어르신들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게 이곳 풍경이다.
달작지근한 맛 일색의 요즘 '자장면'들과는 달리 짭조름한 옛맛을 느껴볼 수 있는 정통 '짜장면'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은 장날이면 새벽 3시부터 장사 준비에 들어가 새벽장을 열러 나온, 혹은 보러 나온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있는데, 혹 이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 오랜만에 '짜장면' 한 그릇을 맛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사진 좀 몇 장 찍자고 청하자 선선히 포즈를 취해주시면서도 쑥스러운듯 혀를 살짝 내미시던 모습이 참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 자리, 그 맛을 지켜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