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을 지나며 우연히 셋이서 토익 배치고사를 치게 되었다. 사실 우연이라기 보다 엉성하게 계획된 작전의 일환이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과 생각보다 어려웠던 문제에 손발은 어긋났고 친구는 방학을 날리게 되었다는 좌절감에 잔뜩 가시를 세웠다. 어색한 둘 사이에서 더 어색해진 나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오른쪽에 앉은 아저씨와 앞에 앉은 부인과 부인의 어머니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꽉막힌 통로를 밀치며 빈자리를 차지하신 약간은 이상했던 아주머니와 바이올린을 매고 있던 한 여자 왼쪽에 앉은 여고생들 사이에서 굳이 카메라를 꺼내 되는데로 누른 셔터였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것같다는 확신이 조금 들었다. 그 결과물. 그리고 신기하게도 시험 결과는 해피엔딩:) 덕분에 친구는 방학을 날리지 않고 학원에 잘 다니고 있다. 성격때문인지 나는 이런식으로 손발이 잘린 나 위주의 글을 쓰게 된다. 가끔.
prepast
2009-01-13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