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많은 사람은 외로워. 비밀의 장점이자 단점이 공유할 수 없다는 거잖아. 뭐, '둘만의 비밀', '우리들만의 비밀'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 이런 것도 비밀이라고 할 수 있나 몰라 - 대체로 '비밀' 하면 '혼자만의 비밀'을 뜻하니까 말이야. 너도 나에게는 말하지 않은, 말해줄 수 없는 비밀이 있을 거라 생각해. 영화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 아니겠어. 그런데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아무리 대단한 비밀도 삼사 년 지나고 보면 별 게 아닌 게 되더라. 새삼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짱'이야. 시간 앞에서는 다 꿇어 엎드려야 돼. 모든 것을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시간님 찬양. 굽신굽신.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나의 그 비밀도 별 게 아닌 게 되었으면 좋겠어. 칠 년째 가슴에만 담아두려니 병이 날 지경이야. 십 년을 채우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칠 수 있을까. 십 년 세월에도 끄떡 없으면, 나도 앙코르 와트에 가서 나무 구멍 속에 털어놓은 다음 진흙으로 봉해야 할지도 몰라. 만약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네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有美
2009-01-01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