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맞아주세요. 나는 그저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났다고 생각했어요. 두 아이를 낳고 제 몸 하나 추스를 여유도 없이 지내느라 고달프고 지쳐가는 모습이 내내 안타까웠지요. 사랑하는 당신이 부디 아프지 말고, 깊은 상처로 고통 받지 않기를 바랄뿐이예요. 당신이 돌아올까봐 떠난 모습 그대로 당신의 빈자리를 남겨두었지요. 그렇지만 좀처럼 당신은 원래대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여정이 생각보다 훨씬 길고 순탄하지 않은가 봐요. 당신은 계획했던 모든 것을 간단히 포기해 버린 채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당신이 머물고 있는 세상에서 당신은 환하게 웃고 있어요. 이제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르겠군요. 바보처럼 나 혼자만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도 당신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당신에게 가겠습니다. 어여쁜 당신. 나를 반갑게 맞아주길 바래요. 당신은 나를 떠나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을 떠나 살 수 없는 쪽은 바로 나예요. 그 어떤 곳이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 살아야 해요. 당신은 돌아오지 않아도 돼요. 꽥~ 오늘도 내가 시를 쓰나봐.
무심한 일상
2008-12-29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