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항해
본선 앞을 가로지르는 PCC(Pure Car Carrier)
자녁 식사를 끝낸 후 다시 브리지에 올라갔다. 점점 어두워 오는 사방을 둘러 보는 마음이 많이 평화로워져 있다.
태풍 장미와는 이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상황에 들어서서 안심하고 항해하는 때문이다. 그런 우리 배의 침로 앞을 오른쪽에서
가로 질러 왼쪽으로 빠지려는 배의 모습이 레이더 화면에 뜬다.
AIS 정보로 보니 카캐리어이다.
아마도 일본을 가려는 배인듯 싶은데 지금 한창 맹위를 떨치고 있는 태풍 장미가 지키고 있는 해역을 지나서
가야하는 배로 추측된다.
그 배가 우리를 부른다. 우리배는 그 배가 안전하게 우리 선수를 지나쳐서 가도록 우리 배의 선수를 오른쪽으로
돌려주어 협조 동작을 해주고 있는데 그가 물어 온 말은 그런 항법 관계를 안전하게 실행하기위해 확인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가 지나온 곳의 기상 상황을 묻는다.
태풍의 존재가 너무나 커서 불안한 마음에 어떤 위로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으로 그런 물음을 하는 걸로
단박에 짐작이 간다.
응답하고 나간 일항사는 그냥 일반적인 대답을 하는 걸로 이야기를 끝내고 그들이 물어온 대만 해협을 통과해서
내려온 이야기를 해주고 대화는 끊겼다.
이젠 완전히 깜깜해진 바다위에서 선미등 불빛만을 남겨주며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그 배를 향해
<안전항해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진정한 마음의 기원을 보내었다.
아마도 그 배는 필리핀 루존도 꼭대기 전에서 태풍피항을 위해 좀 쉬었다가 가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장미는 오늘 오후의 중심 기압이 915hpa의 초대형 태풍으로 아직 쇠퇴기에 들지 않은 상태의 태풍이었다.
2008. 9.27
대만해협에서
Photo By Captainjeon
Nikon D200 / AF-S 24-120 V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