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의 빛
내가 어릴적, 어머니 아버지는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를 오고 갈 때 다녔던 비좁고 음습한 골목길.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고 샛길도 많아서 술래잡기의 탄생지가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언덕의 중간쯤에 살았던 우리집 주변엔 거친 벽들과 무성한 이끼들이 언제나 나를 반겨주었다.
아직도 나는 우둘투둘한 벽에 이끼가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어릴적 모습이 떠오르고
어릴적을 회상한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내가 성장 했다는것을 느끼곤 한다.
한 줄기의 빛은 어두운 곳에서만 볼 수 있다.
환한 세상에서 가느다란 한 줄기의 빛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습한 곳에 존재하는 거친 사물에 한줄기 빛이 부딫혀 생기는 강한 명암대비로 인한 거친 느낌은 나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어둠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바라는 부모님, 이제는 일하기 힘든 나이신데도 불구하고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모님에게
과연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한줄기의 빛, 나의 자화상이며 내 가족의 모습이고, 부모님의 희망과 염원이자 나의 바램과 서민의 꿈이다.
2008 . 12. 18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