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꿈을 꿀 적에, 그 내용이 현실적이건 비현실적이건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곤 했었다. 그런 현상이 어떤 면에서는 편안했고, 또 다른 면에서는 불편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가끔씩 어머니가 꿈에 나타날 적 마다, 나는 그 꿈이 꿈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 한다. 그 내용이 전혀 비현실적인데도 말이다. 예를 들면, 어제 낮에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멍청하니 티비를 보다가 잠시 잠이 들어버렸는데, 방과 방 사이를 드나드는 작은 문들을 통해 두어 개의 방을 지나는 동안 내내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있거나 누워자고 있었는데 어느 방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의외로 건강한 모습으로 누워계셨는데, 나는 거기 도달하는 순간, 마치 어머니가 거기 계시다는 걸 알고 찾아온 것으로 여겼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그 방을 향한 목적성을 지니고 갔던 것 처럼... 그리곤 아무런 이유도, 갈 곳도 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그 방을 나왔는데 나오는 순간에 대한 기억은 없고 문득 길 위에 서 있었다. 뜬금없이 건강해지신 어머니가 걸어가시는 길에 대해 내가 물었다. 어떤 길도 그 길의 끝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리로 가시면 안 되는데, 왜 이리 가세요? 집으로 가야지... 어머니의 답이었던 것 같다. 사실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그냥 걷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깨고 보니 그렇게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덩크슛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온데간데없이... --- 어딘가 서 계셨을지도 모른다. --- 다만 내 의식(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사라지셨다. 덩크슛의 꿈은 자주 꾸는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 그런데 그게 무지하게 현실적이다. 나는 겨우겨우 기억의 창고를 뒤져 지나쳐왔던 어느 학교에서든 실제로 덩크슛을 했던 기억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도저히 불가능한 덩크슛의 기억이 다른 어떤 기억보다 더욱 선명하게 기억소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꿈 속의 기억이 현실의 기억으로 비정상적으로 왜곡되어버렸다. 기실 나는 농구에서 덩크슛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 폭발적인 통쾌함의 긍정적 느낌보다는, 지나치게 압도적이거나 정복지향적인 부정적 느낌이 더 묵직해서 전혀 좋아하지를 않는다... 라고 늘 생각하며 살고는 있다. 그런데 꿈 속에서의 내 덩크슛은 그다지 폭력적이지가 않다. 그저 그 높이까지 솟구친 뒤에 아주 사뿐하게 공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낙하산이 떨어지듯이 가볍게 땅바닥에 내려 선다. 아무도 내가 덩크슛을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 하게 말이다. 그냥 그러다가... 홀연히 꿈의 세계를 벗어났다.
jeri
2008-12-08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