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이야기
달수는 어렸을 적에 심한 홍역을 앓아
고개를 수시로 끄덕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끌어 모을 수 있는 모든 돈을 끌어 모아
분명 저곳은 몇년 사이에 수십배로 땅값이 뛴다는 곳에
집을 짓고, 최고급 시설과 지인을 총동원한 인테리어
우린 이제 부자다 달수야
공사를 하며 잘 곳이 없어
현장 옆에 텐트를 치고
비가 미친듯이 쏟아 붓던 장마도 견뎠으니
집이 완성되는 날
달수를 끌어 안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던
달수의 주인,
이제 내 집이 생겼다
아니, 우리집이지.
저 호화로운 저택에 들어가
너랑 나랑 몇년 지내기만 해도
우리는 평생 써도 다 못쓸 돈을 만진다
달수야
며칠 후 땅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났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 땅은 내 돈주고 내가 사서
그 위에 내 모든걸 바쳐서 집도 지었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도장도 다 찍고 서류도 다 받고
다 했어 다
달수야 무슨 말좀 해봐라
저 새끼가 뭐라고 하는거야
여기가 왜 저새끼 땅이야
내 꺼야 내꺼
너도 알잖아 달수야
달수야
그렇게 해서 달수는 우리가 잠시 맡게 되었다
언제 찾아간다는 기약은 없었지만,
사정을 잘 알기에 약속을 받아둘 생각도 없었다
달수의 주인이 떠나고,
우리는 동네 떠돌이 개들과 섞이지 않게
달수에게 목줄을 해 묶어 두었다
동네에 사람이 없다보니
밭일을 나갔다 들어와 보면 집에 묶여있던 개도 없어지는
무소유의 동네였다
달수는 무슨생각을 하는지
굵은 쇠줄을 목에 감고는
끄덕 끄덕
다 알겠다고
끄덕 끄덕 하고 있었다.
by.moohan(http://moohan83.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