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부자연스러운 웃음. 맨날 장난감 비행기만 가지고 놀다보니 실제 비행기가 얼마나 크고 멋진 지 감각이 없는 것같고, 마침 실제 비행기를 보고 싶다고도 하길래 하루 날을 잡아 온 가족이 인천공항으로 소풍을 나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음식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무슨 호텔직영 음식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길래 결국 주변에서 기웃기웃거리다가 아웃뱃인가? 여하튼 페밀리 레스토랑 비스무리한 식당에 자리잡는 척 선우만 데리고 들어가서 창가에 잠시 앉아 실제 비행기를 보여주고는 얼른 나왔다. "저...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요..."란 모호한 말을 남기고... 실제 비행기를 보고 난 뒤 선우는 얼마동안 신기해하더니 이내 다른 여러가지 관심사로 눈길이 팔리는 평범한 네살배기로 돌아갔다. 아마 실제 비행기보다도 온 가족이 함께 떠나와, 텅빈 전용 전철을 타고, 으리으리한 건물에 들어서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수선스럽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실컷 엄마, 아빠와 노닥거릴 수 있었던 사실이 더 신이 나고 즐거웠던 모양이다. 공항에 다녀간 기념으로 웅장하고 멋지게 날아오르는 비행기 광고판 앞에 선우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다. 최대한 비행기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는 선우에게 웃으라 하니 이렇게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다. 어느새 일부러 웃을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다. 웃는 모습이 그렇게 자연스럽고 예쁠 수가 없더니만 웃으라하여 웃는 선우의 표정에 부자연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다. 선우는 사실 웃기지 않는 것이다. 여지껏 선우의 자연스러운 웃음의 배경에는 그에 따르는 엄마, 아빠 또는 다른 그 누군가의 의도적인 노력이 숨어있었다. 선우를 웃기기 위해, 즐겁게 해주기 위해, 우스운 표정을 짓고, 이상한 춤을 추며, 괴상한 소리를 내거나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몸짓을 선우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그래야만 선우는 아껴둔 그 특유의 살인미소를 날려주곤 했다. 선우의 웃음이 점점 더 부자연스러워지면서 우리는 그만큼 선우에게 주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거두어 들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바보같은 몸짓으로 선우를 즐겁게 해주지도 않고 선우의 살인미소조차 더 이상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젠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는 상황에 이르러 오히려 선우에게 웃으라 말하니 선우는 힘겨운, 부자연스러운 웃음이라도 날려준다. 미운 짓도 많아지고 혼나는 일도 많아진 선우의 나이는 아직도 네 살. 그 어떤 것이라도 요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한 나이다. 관심이 덜해지면서 이젠 힘들다고 말하게 된 것은 사실 일방적이다, 부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선우의 얼굴을 보면서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만큼 굵은 줄로 우리가 함께 엮여 있건만 함께 있기 위해 작은 힘으로나마 잡은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애처롭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이 부자연스러운 웃음이 한없이 예쁘다. 아직 능숙하지 않고 노련하지 않아서 부자연스러움이 천사같은 선우.
무심한 일상
2008-11-26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