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개 화 - 안도현-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펼쳐 둔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자락 떨어져 내릴 때 물관부에서 차 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 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사랑이 흐르는 오선의 개울 그곳을 건너는 화음을 뿜으며 꽃잎 빗장이 하나 둘 풀리는 소리들. 햇볕은 일제히 꽃술을 밝게 흔들고 별무늬같이 어지러운 꽃이여, 이웃들의 더운 영혼 위에 목청을 가꾸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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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3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