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낡은 신발을 내버리는 것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도 남자는 여자보다 철이 좀 늦게 드는 모양이다. 확실히 그랬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그는 여전히 싱글의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그가 양복 투정을 부렸다. 며 칠 후 있을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에 입고 갈 만한 양복이 없었던 것. 양복을 잘 입지 않는 직업이 다 보니, 결혼 때 장만했던 양복들이 어쩐지 후즐근해 보이기만 했다. "응? 그래? 그럼 이번 주말에 백화점 가자."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가 그에게 약속했다. 그는 평소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곳에 따라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예외가 있다면 자신의 물건을 구입할 때 였다. 그날도 앞장서 백화점에 갔다. 불경기라 신사복 매장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직원이 골라주는 양복들을 여러 개 입어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랐다. 그녀는 자꾸 가격표를 만지작 거렸다. '비싸다'는 무언의 항의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양복은 아무래도 좋은 것을 사는 것이 낫지.' 그녀의 표정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 양복을 샀다. 신상품이지만 세일가로 해준다는 직원의 말에 싸게 산 것 같아 흐믓하기까지 했다. 바지 기장을 줄이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기에 그들은 백화점 안을 구경하기로 했다. 토요일인데 손님이 별로 없고, 세일코너에만 좀 몰려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몸이 기우뚱겨렸다. 그가 손목을 재빨리 잡아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샌들 끈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 샌들은 그녀가 연애할 때부터 신던 것이었다. 그것이 제일 편하다며, 여름이면 항상 꺼내 신었는데 줄이 삭아 끈어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샌들 끈을 질질 끌면서 나녔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양복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로 산 양복을 다시 한 번 입어보고 있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방에 앉아 있는데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거실 밖에 나가보니 그녀가 베란다에 웅크리고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끊어진 샌들의 끈을 붙이기 위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가죽 때문에 바늘이 부러진 모양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는 신발장을 열어 보았다. 그곳에 가득 찬 신발은 철마다 샀던 그의 운동화와 구두들이었다. 아무리봐도 그녀가 신을 만한 신발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찾아낸 것이 결혼 전부터 신던 구두정도였다. 그는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많은 돈을 벌어다 주진 못하지만 날들만큼은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이정도면 가정에 충실하고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그녀가 그 샌들을 매일 신었던 이유는 결코 편해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그것 밖에는 신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부끄러움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쪼그려 앉은 그녀의 뒷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하기보다는 궁색하게 여겨졌다. 남자들은 때로 자신의 무능력과 무관심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남에게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도 그런 모습을 그녀에게 보이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샌들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이거 고쳐 신어서 뭐 하려고. 이번 기회에 좋은 샌들 하나 사." "집에만 있는데, 뭔 샌들.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 그 샌들을 집어들었다. "야!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그 신발 빨리 버려. 버리지 못해!" 그렇게 소리를 질렀지만 마음이 너무 상했다. 몇 번 입지도 않을 양복을 사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다. 함께 살면서 그녀에게 그토록 미안함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초라한 모습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그녀에게 예쁜 샌들을 가주리라 마음을 먹고 보니 돈이 없었다. 월급을 타다 주고 용돈을 받아 쓸 줄만 알았지, 자신이 따로 모아놓은 돈은 한 푼도 없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혼하면 뭐 하나. 여전히 철부지인데.' 신용카드라도 긁어서 사줄까 하는 마음에 집을 나섰다. 때마다 길거리에서신발을 파는 사람이 보였다. 만 원짜리 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쨌거나 미안한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리본이 달린 하얀 샌들을 샀다. 하지만 검은 비닐 봉투에 아무렇게나 담아준 싸구려 신발을 그녀에게 던져주고는 마음이 더 아팠다. 양복 값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괜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현관 앞에는 그녀의 낡은 샌들이 예전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녀가 버리기 아까웠는지 끈을 잘라 샌들에서 슬리퍼로 변신시킨 것이었다. 저 신발이 또 몇 년을 여기서 버티려나. 문득 그 신발이 그녀의 얼굴과 닮아 보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새 신발을 신어 보이며 웃는다. "내 발이 평발이라서 이런 샌들은 달 안 들어가. 마치 신데렐라 신발을 신는 것 같아." 그는 아내의 발을 조심스레 잡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가끔은 신발장을 열어보세요. 그리고 그녀의 낡은 신발을 가차 없이 버리세요. 대신 그녀에게 자존심을 선물하세요. 신발은 여자의 자존심입니다. 다소 비싸도 좋습니다. 이런 사치는 사치가 아닙니다. 자신을 지우면서 살아온 그녀의 자좀심을 세워주세요. 그녀가 더욱 소중해 보일 것입니다. - 부부로 산다는 것 중 - 며칠전부터 검은색 운동화가 필요하다며 의정부 시내와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운동화 사달라고 조르는 마눌님~~ 맘에드는 디자인은 가격이 넘 비싸 손이 선뜻가지 않고, 그렇다니 싼 것은 왠히 직급 높은 '내무부장관님'의 체면상 안될것 같고.. 비록 진짜 나이키 신발이 아닌 옥션 표 '나이스'운동화지만, 그날 저녁상은 달라져있었다. 헤헷~
soulgallery
2008-10-30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