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항군자(閭巷君子) 조 선생
사십여 인생을 살면서 적지 않은 이들을 만났다.
명민한 사람, 박식한 사람, 기민한 사람, 주밀한 사람, 호방한 사람....
내게 없는 것들을 가진 그들의 모습이 나는 언제나 부러웠다.
그러나 이제 사십줄을 넘어선 내게 누구를 가장 닮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리 대답하겠다.
"어진 사람."
사진 속의 조 선생은 내가 생각하는 어진 사람이다.
그를 볼 때마다 나는 속으로,
'저 이는 포박자(抱朴子)요, 시정의 군자가 아닌가!'하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안연이 팔십여일을 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공부자께서 대찬하신 일이 있다지마는,
그와 2년을 지내오는 동안 나는 그의 불인함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심익운의 잡설(雜說)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온다.
아주 먼 옛날, 천제께서 벼락을 관장하는 뇌사(雷師)에게 이르기를
'천하사람 중에 가장 악한 놈을 골라 벼락을 내리라.'
그런데 뇌사가 살펴보니 천하 사람이 죄다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들을 다 죽일 수 없어 뇌사는 하는 수 없이 그중 가장 청렴한 사람을 골라 죽였다.
나와 같은 속인들은 이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받는다.
'맑은 물에 고기가 없는 법이지.'
'착한 놈이 손해 보는 세상, 독기 있게 살아야 하는 것이여.'
허나 너나없이 짤막한 우리 인생에서 '독허게' 또 '징허게' 살아 얻는
성공이니 치부니 권세니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도서 기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것들은 헛되고 또 헛된 미망이지 싶다.
포박자 조 선생이 대둔산 정상에 섰다.
인자는 요산이요, 지자는 요수라 했던 공부자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순천(順天)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뇌사의 벼락이 아닌 하느님의 축복이 언제나 함께 하기를.
아울러 2년 전, 그를 우리 학원으로 인도한 평택교차로에도 작은 축복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