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년 전 봄. V - 完 꿈에서 나는 모래사장을 걸었다. 내가 밟고 있는것은 모래인데, 그곳이 해변인지, 갯벌인지 아니면 그저 온통 모래뿐인곳인지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모래를 밟으면 보통 걷기 힘들어진다거나, 스텝이 엉킨다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마치 잘 빠진 지하 주차장 바닥을 걷는것처럼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아무런 장면의 변화없이 그렇게 나는 주욱 걷다가, 저 멀리서 무언가를 보았다. 저멀리 보이는 것이었는데 슬쩍슬쩍 움직이는것을 보면 사람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풍경처럼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것인지도 몰랐다. (사실은 그곳에 아주 옅은 바람이 불었다.) 순식간에 장면이 바뀌고, 나는 어느새 물 위에 서 있었다. 바람은 어느새 미묘하게 바뀌어 흐르고 있었다. 그 바뀐 무거운 공기감에 나는 기분이 나빠져 물 위에서 구토를 했다. 저 멀리에 있던 무언가는 모래사장에서 봤던 그 거리에 보였다. 거리의 변화도, 모습의 변화도 없다. 미묘한 파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굉장히 외로워져서, 저 멀리 그것의 방향이 있는곳으로 있는힘껏 소리를 질렀다. 큰 소리로 부르다가 욕을 했다. 소리가 괴성으로 바뀌고, 괴성이 비명으로 바뀌고, 비명이 곧 질척한 쇳소리로 바뀌었다. 나는 울었다. 그 물체를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엄마 아빠 하면서 나는 펑펑 울었다. 갑자기 또 장면이 바뀌더니, 깊은 산중의 진지 속에서 언젠가 보았던 거미의 모습이 보였다. 흙과 위장크림으로 더럽혀진 내 손도 보였다. 그리고 또 다시 어느 카페로 장면이 바뀌었다. 티테이블에는 잔이 두개 있었는데, 둘 다 따뜻한 커피가 올라와있었다. 막 내린듯 김이 올라오는 아주 흥미로워보이는 커피였다. 하지만 또 다른 잔의 주인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눈을 떴고, 물을 마셔도 무언가를 먹어도 목의 통증은 가시지 않고있다. 2008. 2. 17. 2년 전이며, 또 지나간 자화상 입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봄은 오겠지만, 저에겐 여전히 2년 전 봄이겠지요. 사진을 보아주신 분들께 인사합니다.
하나의산
2008-10-18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