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秋
아우야 서쪽으로는 울을 치지 말아라
내가 가야 할 곳은
아무리 찿아보아도 그쪽이다
돌아온 아우야
살아가면서 아는 얼굴로
몇 잔 술에 취하여
가을이 오면 가을 뿐이다
내가 가야할 곳은 서쪽
나뭇가지 사이로 서쪽이 끝없어서
가을 저녁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이제 이 세상도
이 세상의 아름다움도 저문다
아우야 네가 돌아와
쓰러지도록 울을 치고
다시 살아가려는 아우야
이제 너에게 맡기고
오늘처럼 가려고
어둑어둑한 서쪽으로 환히 길을 찿는다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