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잠이 들다!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 된 둘째 일린이를 키우는 일은
꼭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간 두 번이나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졌고
지금도 소화기능이 좋지 않아 가까운 소아과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요즘 볼살이 내리고 기운이 처져 있는 일린이를 볼 때마다
그때 제게 주셨던 위로와 격려의 말씀들을 떠올립니다.
가장 힘겹고 어려운 순간에 레이 가족을 향해 내민 제 손을
잡아주셨던 수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을 기억합니다.
제겐 평생토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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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볼수록 대견하고 착한 우리 첫째, 찬흠이!
엄마와 아빠가 아픈 손가락 일린이에게 매달리느라
우리 찬흠이 찬밥된 지 벌써 두 달째입니다.
허나 찬흠이의 명랑함은 여전합니다.
동생이 집에 온 뒤부터는
늘 뿅망치를 들고 다니며 동생의 보호자를 자처합니다.
일린이를 보러 사람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뿅망치 들고 그네들을 화장실로 먼저 인도합니다.
손 깨끗이 씻지 않으면 제동생을 보지 못한다고 을러대는 양이
제법 그럴 듯 합니다.
찬흠이가 좋아하는 <그린망또의 피망맨>이
나쁜 세균들을 모두 물리친 것처럼
우리 찬흠이의 동생 사랑이 일린이에게
다가드는 그 모든 병균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착한 파수꾼과 일린이의 단잠에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못난 아비는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