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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 앞에서
이기는 길만을 위해서 가라고 가라고만
세상은 가르치고 있지만
막상 이긴다는 것은
얼마나 지겨운 훈련인지 몰라
실상 약간 지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또 내일 일어서는 그 일이 얼마나
끈질기고 거룩하다구.
온갖 풀과 꽃을 없는 듯이 키우고 있는
커다란 靑山 앞에 우뚝 선 것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거기에 묻혀 들어
無名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자연스럽고
한편으로는 부럽다구.
박재삼(朴 在 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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