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신비, 경주 남산 삼릉숲
불볕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찾은 삼릉 숲은 경주시민들의 안락한 쉼터가 되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온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이며 더위를 피하는 모습들 속에서
휴식의 참맛을 엿보는 듯하다.
사진가 배병우선생의 소나무 숲을 말하기 전에 삼릉숲은 경주 시민의 휴식처이자 천년신라의 정신을
찾아가는 출발점이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릉이 나란히 모여 있어서
삼릉이라 불리며 바로 옆의 개울을 건너면 55대 경애왕의 릉이 있고 이곳이 왕릉이었기에 보호되어
지금까지도 수려한 숲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 하나하나 제멋대로 휘어진 것 같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가 되는 숲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며,
그림은 신비함으로 가슴속에 담아진다.
이른 새벽안개가 숲을 감쌀 때의 풍경이란 직접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하지만 매번 찾는다고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수차례 이곳을 찾았지만 번번이 안개가 자욱한 숲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울창한 송림 숲이 주는 아늑함과 청량함은 언제가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부스럭거리며 귓가를 간지럽히는 바람과 맑은 공기는 이곳에 잠시 머무르는 것으로도
담백한 휴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릉숲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한다면 이른 새벽에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찾는 것이 좋으며,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 비가 개인 다음날 일찍 찾으면, 안개가 낀 삼릉숲을 만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