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왼쪽 등에는 멍이 든 것처럼 파란 흉터가 있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때 야외 수영장에 갔다 실컷 태워 온 뒤로 없어지지 않는 흔적인데, 그 후로는 거울에 등을 비추어 볼 때나, 친구등이 내 등을 보며 멍이 들었냐고 물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당시 수영장 물의 싸구려 소독약 냄새라던지, 정신없이 일렁이는 물결, 젖은 타일 위를 걸어가는 감촉 등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마치 다시 그곳으로 간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는 언젠가는 나의 사랑도 내 등의 멍처럼 흉터를 남겼으면 한다
평생 머리 어딘가에 간직하면서 생생하게 꺼내 볼 수 있도록.
비록 그것이 컴플렉스로 남아 나를 따라다니고 어쩌면 죽을 만큼 잊고 싶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죽을 때까지 잊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