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HUG ME MYSELF 어쩌면 이미 숱한 날들을 안아줬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내가 날 안았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을 뿐. 어떤 지독한 날엔 지독히도 외로워 지독할 정로로 사람의 체온에 애가 탈 때가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찾지 못할 때, 오히려 그런 순간에는 담담해지는 것 같다. 평소보다 차분하게 걷게 되고, 먼 풍경도 볼 줄 알게 되고, 그렇게 마음이 많이 어지럽지도 않다. 나 스스로 나를 안을 수 있어요. 사진을 찍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한참 뒤 찍어놓은 사진을 봤을 때 무심코 떠올랐던 문장이다. 그렇게 가만히 한 손으로 나는 나를 안고 있었나 보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나를 어루만지는 나를, 내가 느끼는 것. 그 이후로 종종 의식적으로 나를 안아주기 시작했다. 차갑다고만 느껴왔던 내 몸도 가만히 안아보면 참 따뜻했다. 사람의 체온은 타인에게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에도 있는 것이다. 나도 사람이잖아, 비록 당신의 체온보다는 미지근할 지 몰라도.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를 안는다.
iamrasaka
2008-08-07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