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
두시 오십 이분은 더 이상 두시 이십 오분이 아니다.
그렇게 그냥 시간이 흘러왔다.
그렇게 1년이 흘러왔다.
문득 지난 일년에서 사진을 빼면 아무것도 없던 내 삶이
아쉬워지기도한다. 하지만,
그 만큼 소중했냐면,
주저없이 '응' 이라고 대답해 버리기에
괜한 아쉬움은 접어버린다.
나는 이제 곧 떠난다.
떠남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고,
비워진 자리는 누군가로 채워질 것이며,
남겨진 사람들은 그저 늘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떠나간 사람은 어떻게든 떠나온 곳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 정붙이고 적응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뎌내야겠지.
하지만..
떠나간 자도, 떠나보낸 자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견딜 수 있다.
나는 가지만
모든 것은 남는다.
남아있는 것들을 사랑할 방법은 딱히 없다.
그저,
그 어느 곳에서 살아가든,
최선을 다해 존재해주는 것만이
그대들이 나를,
또 내가 그대들을
사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천팔년 어느 여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