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12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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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의 유통기한은 20080722. 엊 그제, 우린 식빵에 참치샐러드를 묻혀 먹으며 흰 우유를 두 잔이나 마셨다. 벌컥벌컥 집에는 밥이 없었고, 배가 고팠다. 식빵은 사다 놓은지 3-4일 됐다. 오늘 다시 보니 식빵에 푸른곰팡이가 피어 있더라. 버렸다. 집안을 뒤지면 곰팡이 핀 것들이 수두룩 할 것 같다. 창문을 열지못하겠다, 나는 키도 닿지 않을 뿐더러 밖에는 건너편 오피스텔이 이 쪽을 보고있으니까 함부로 열지 못한다. 하늘을 볼 수 없는 이런 곳에서는 더, 살고싶지 않다. 무엇이든 마무리가 되면 나는 떠나리라. 우리, 함께 하늘 볼 수 있고 나무가 많은 그 곳에서 살리라.
생리가 끝난지 3일만에 하혈을 한다. 희고 붉은 혈이 자꾸 팬티에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는데, 여전히 깨끗하지 않은 기분이다. 몸 어디가 안 좋은가 좋은지 안 좋은지 조차 모르겠는데 머리는 한없이 띵하고 몸엔 기운이 하나 없으며 피가 모자라 죽겠는데, 하혈까지 하고 있다. 밥을 안 먹었느냐, 먹었다. 잠을 안 잤느냐, 퍼질러 잤다. 내 몸에 이상은, 잡스러운 스트레스로부터 오는 것 이구나 싶다.
고개를 들지못해. 뼈, 어딘가에서 소리가 난다. 투둑투둑. 십일 전에는 턱 뼈가 오독오독 소리를 내더니 지금은 목이 뻣뻣해졌다. 저런. 고개가고독해, 들지를 못하는구나. 열시다, 지금 시간 밤 열시. 어머니가 좋아하던 밤, 열시. 나의 밤 열시 어머니의 밤 열시.
우리가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것들은 서로 정 반대일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원한다고 해서 원하지 않는 것의 반대가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 해서 원하는 것의 반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원하고 있으면서도 원치 않는다. 그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떤가. 풉,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니 이렇게 웃음이 날 수가 없네. 웃음이 난다. 내 마음이 대체 어디에 안착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렇다. 허공을 둥둥 떠다니던 마음들이, 여전히 허공을 부유한다. 그것들은 내 마음이 아니고, 내 지심상이 아니다.
[중략]
p _20070902 B540 SELF, 서산
w_20080722/깨닫겠지, 언젠가는 일부
엄마가 만들어준 꽈리고추와 멸치볶음이 먹고싶어 감자조림 또 먹고싶어 도라지랑 오이랑 빨갛게 무친것도 먹고싶어.
누군가가 차려준 밥 먹고싶어, 혼자 먹는 밥은 먹어도 배부르지 않아 먹어도 자꾸만 허기 져.(급 배고파져서 죽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