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어린 시절 갑자기 소나기가 떨어지면
우산으로 사용하였던 연잎.
적당한 간식거리가 없는 우리에게
연밥은 훌륭한 군것질거리였다.
푹 삶아 반으로 뚝 분지르면
하얀 줄이 이어져 나오는 연뿌리의 그 맛을
잊을 수 없으리라.
지금도 초겨울이면
물엿넣고 뭉긋한 불로 졸인 연뿌리를 즐겨 먹는다.
이렇게 연꽃은 어느것 하나 버릴게 없다.
특히 연꽃은 불교와 아주 가까운 꽃이다.
부처님 앉은 좌대에 나오는 꽃은 바로 연꽃.
혼탁한 흙탕물위에서도
그렇게 맑은 꽃을 피워내는 것이
불교의 진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염화시중의 미소란 말도 있지 않은가?
아름답기는 분홍빛꽃만 아니라
그 푸르고 넓은 잎도 뒤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그 연잎에 모인 물방울은
우리에게 삶의 진리까지 일깨워 주는 듯 하다.
맑은 물이 연잎에 어느정도 모이면
연잎은 스스로 몸을 기울여
그속에 담긴 물을 쏟아 부어
다시 의연한 자세로 돌아온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이리라.
넘치도록 무겁지 않게
때로는 덜어내는 지헤를 연꽃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