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귀한 인격은 여전히 빛나고 있는가.
더 이상 훌륭한 인격체를 만나게 되는 일이 길을 걷다가 숨이 탁 멎어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를 만날 가능성보다 더 희귀해졌을 즈음 나는 결심하였다. 나의 찬란한 인격이여 빛을 발하라. 재래시장 생선 좌판 위에 상처 하나 나지 않은 미끈한 한 마리 고등어처럼, 또는 단단하게 여문 밤송이처럼 그때 나는 비로소 가장 나다움으로 인한 감동스러운 모습으로 세상에 당당히 맞서게 되었다. 아~ 파릇파릇한 젊음이여, 누구하나 부럽지 않은 자신감이여. 나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수줍게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품안에서 행복해하는 여인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가엾게도 힘겨워하던 나의 여인은 세상 속에서 점점 가벼워진 날개짓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그것이 마땅한 것이라 믿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고귀한 나의 인격은 힘없이 세상의 구석에서 배회하는 가여운 여인을 조용히 감싸 안았다. 서로 만나 사랑하기에 두 사람이 모두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은 낭비에 불과했다. 이 세상 모든 고귀한 인격체는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를 만나지 않는다. 고귀한 것은 불 꺼진 방안에 불을 밝히는 것. 어둠을 걷어버리고 환한 세상을 만나게 하는 것. 세상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내 몸 하나 불살라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하지 아니한가. 내 몸 속에 사리가 생기거나 말거나 그까짓 거 눈 한번 질끈 감고 겪어내자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아하하! 그러나 젠장! 당연히 그러한 생각은 잘못되었다. 제기랄 하나도 고귀하지 않고 빛나지도 않는 인격이로고... 그 결심, 일 년도 가지 않고 아예 결심자체가 오만방자하도다. 오히려 나는 내내 위로받으려 하고 지속적으로 양분을 공급받고 있었으며 그럴 때마다 아직 민망하게도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빛나는 세상 속에 서 있었던 것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들이여 이제 그만 뿌리를 드러내고 말라버릴지어다. 내 머리는 아름다움을 따라다니고 그것을 오랫동안 기억하려 애쓰지만 모두 다 부질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마음으로 알게 되나니.... 계획하고 노력하는 인격들은 아직 그 끝에 다다르지 못한 나약한 존재.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아무 불평도 하지 않으며 조바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나의 여인을 매일매일 만난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은 늘 한결같다는 것. 특별하지 않은 놀라운 특별함. 지치도록 떠들어대는 나의 시끄러운 노래. 그리고 여전히 무심한 나의 아내. 도대체 우리의 조합은 누구의 계획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