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추억인 채로 향기롭다. 추억은 추억인 채로 향기롭다. 길, 우리집에서 시작하고 소녀의 집에서 끝나는 길 우리 정말 어렸을 적 이야기, 혼자서라도 이 길을 걸어본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길에선 소녀의 향기가 난다. 소녀가 수줍어하며 깍듯이 고개숙여 인사를 건냈던 길 처음 소녀의 손을 잡고 집에 바래다주었던 길 소녀가 내 등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던 길 처음 소녀의 달콤한 향기를 느꼈던 길 소녀가 아무말없이 꽃을 내밀던 길 처음 누군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던 길 소녀가 눈물을 보이며 간절한 손길을 뿌리쳤던 길 처음 누군가를 하루가 다 가도록 기다려 봤던 길 이 길위에서... 그렇게... 한 소녀를 만났고 또 보냈다. 늘 소녀와 함께하던 길, 오늘은 혼자서 조심스레 소녀를 추억해본다. 빛바랜 추억속에선 비 내리는 하늘도 푸르렀고 젖어버린 아스팔트도 초원인 양 포근했다. 추억은 추억인 채로 충분히 향기롭다. - 2003.11.20 소녀를 바래다주던 길에서... -
zeronine
2003-12-04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