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
머리가 좀 굵어졌다고 낯을 가리는 외사촌들을 데리고, 산소에 갔다.
4년 전 외할머니의 장례식 때 지나갔던 그 길가에는 꽃이 많이 피어 있었고,
추수를 끝낸 논밭은 을씨년스럽다기보다는 막 출산을 한 어머니처럼 지쳐 있었지만,
또 따뜻했다.
가장 어린 두 녀석을 볏짚 위에 앉히고, 사진을 찍었다.
구경을 하던 형이 다가와서 어깨동무를 시켰다.
오른쪽의 남동생은 멋적어했고, 왼쪽의 누나는 눈이 없어져라 웃었다.
셔터를 누르는 짧고도 가장 중요한 순간 나는 이 아이들이 걱정없는 인생을 살기를 기원했다.
2004년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