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새벽
알고리즘 과목 과제로 나왔던 설계 프로젝트를 마쳤다. 할 수 없다고, 하기 싫다고, 포기하자고 징징대던 내가 이 녀석하고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내가 코드를 짜다가 담배를 입에 물고 슬그머니 레이소다를 기웃거리고 있어도, 이 녀석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버텼다. 어쨌든 할 수 있다며 널부러진 날 일으켜세우고 등을 떠밀었다. 덕분에 4월 말부터 지금까지 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내 숨통을 조이던 이 과제는 가장 험한 고지를 넘었다. 이제 코드에 주석을 달고 보고서 ppt를 작성하면 끝난다.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이 동무다. 녀석이 쓰러져 잠들고, 내가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어슴푸레하게 해가 뜨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 하던 풍운협객이라는 게임의 개발자 노트에는 그가 그 글을 쓰던 시점이 어느 비오는 새벽 5시쯤이라고 했다. 그 구절에 넋이 나가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여기까지 왔지만 그가 느꼈을 그런 프로그래머의 로맨스는 아직껏 겪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드디어 내가 그리도 고대하던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갖다 붙인 알고리즘이고 해야 할 과제는 아직 산처럼 쌓였지만, 나는 어릴 적의 꿈을 이제서야 이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