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국수가 제일 맛있는 집
전북 임실 소재 강진 5일장에 가면 안도현 시인이 ‘우리나라에서 국수가 제일 맛있는 집’이라 칭찬한 음식점이 하나 있다. 강진이 고향인 정공례(62세) 할머니가 20년째 운영 중인 행운집이 그곳이다.
그저 멸치 국물에다 만 평범한 국수임에도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시인의 그 같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데,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을 헤아려 맞춤 서비스를 해주시는 할머니의 어머니 같은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 씀씀이까지 겪고 나면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말에 감히 토를 달 수 없을 정도.
힘을 많이 쓰게 생긴 장꾼은 장꾼에 맞춰, 나이 드신 분들은 또 거기에 맞춰 혹은 많게, 혹은 적게 적절히 국수를 담아 내고, 어쩌다 부모를 따라온 어린 아이라도 있을 때면 국수값에서 천원쯤 슬쩍 빼주는 깜냥도 다른 곳에선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할머니만의 맞춤 서비스이다.
어쩌다 국수에 양념간장을 좀 과하다 싶게 넣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일반 식당과는 달리 “에고, 그래 먹으면 짜서 못 묵어” 하는 할머니의 걱정이 뒤따르곤 하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인데, 그러면 또 누군가는 “냅둬부러. 쟈는 원래 대가리 털 나믄서부터 짜게 묵는 놈이여” 하고 희떠운 농을 던짐으로써 일순간 가게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오죽하면 국수 한 그릇 먹자고 타 지역에서 일부러 이 먼 곳까지 오가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닐 정도인데, 강진 5일장 부근을 지날 일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이곳에 들러 ‘우리나라에서 국수가 제일 맛있는 집’ 국수맛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