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닮았구나... 토요일마다 열리는 마을 장에 나갔다가 한쪽 구석에서 직접 키운 듯한 모란을 팔기에 세 송이만 사 가져왔다. 오래된 커트 글라스 꽃병에 꽂아놓곤 통통한 꽃망울이 언제나 터질까 했는데 하루 이틀 새 금방 그 숱한 꽃잎을 쏟아놓는다. 세련된 고혹이야 장미가 한 수 위일 테지만, 그 큰 꽃송이 무게에 부드럽게 휜 꽃대와 청록 색 잎사귀가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전체적인 그림의 우아는 모란을 당할 꽃이 없지 싶다. 그 밑에 앉아 책을 읽노라니 열어 놓은 창에서 밀려드는 부드러운 미풍에 꽃향기가 은근히 내 주변을 맴돈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꽃을 올려다보다 불현듯 ‘너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닮았구나’란 생각을 한다. 그리 예쁠 것도 없는 꽃 세 송이가 이렇게 방 안을 가득 채울 줄 누가 알았을까.
twofinedays
2008-06-03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