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닮았구나...
토요일마다 열리는 마을 장에 나갔다가
한쪽 구석에서 직접 키운 듯한 모란을 팔기에
세 송이만 사 가져왔다.
오래된 커트 글라스 꽃병에 꽂아놓곤
통통한 꽃망울이 언제나 터질까 했는데
하루 이틀 새 금방 그 숱한 꽃잎을 쏟아놓는다.
세련된 고혹이야 장미가 한 수 위일 테지만,
그 큰 꽃송이 무게에 부드럽게 휜 꽃대와
청록 색 잎사귀가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전체적인 그림의 우아는 모란을 당할 꽃이 없지 싶다.
그 밑에 앉아 책을 읽노라니
열어 놓은 창에서 밀려드는 부드러운 미풍에
꽃향기가 은근히 내 주변을 맴돈다.
잠시 책을 내려놓고 꽃을 올려다보다
불현듯 ‘너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닮았구나’란 생각을 한다.
그리 예쁠 것도 없는 꽃 세 송이가
이렇게 방 안을 가득 채울 줄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