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z ] 외로운 공중전화
1994년.
대학이라는 곳을 찾아 촌에서 서울로 상경.
새내기때를 되돌아보면, 꼭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
동문회 시즌이 되면 정문 안쪽 공중전화에 끝없이 길게 서있는 줄.
선배들 두세명에게 전화라도 하려면,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고 눈치보면서 두세통화를 하곤 하였죠.
95년도가 되면서 슬슬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갑니다.
공중전화에 사람이 많은 날은 음성('음성메세지'라는 말도 잘 안 썼죠.)을 남기는 사람들이 밉죠.
줄을 서서 거의 20여분 기다려 확인한 음성.
'조금 늦을 것 같어. 도착하면 다시 삐삐칠께.' ㅠ.ㅠ.
그냥 늦으면 알아서 하련만.. 괜히 ..
96년인가.
시티폰이 등장합니다.
삐삐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공중전화로 가서 삐삐를 치고, 문자를 확인하였으나.
이제 시티폰은 당시의 표현처럼 '자유'를 주더군요.
건물 안에서는 제대로 통화가 안 되어 창 밖으로 고개를 빠꼼히 내밀고 통화하던 친구녀석.
지금 생각하면 무척이나 큰~~ 크기이지만, 당시에는 자랑스럽게 옆구리에 차고다니던 시티폰.
97년.
핸드폰이 슬슬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회사에서 핸드폰이 제공되고, 무제한 공짜라고 자랑하던 sk 텔레콤 선배.
공중전화가 옆에 있어도 당당하게 핸드폰을 꺼내드는 친구.
이제 우리의 공중전화기는 점점 잊혀져갑니다.
어느 구석에선가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며..
언젠가, 스쳐지나갈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며..
예의 그 자리에 그대로 외롭게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