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가 잦았던 아버지는 종종 이름도 낯선 나라에서 그림엽서를 보내셨다. 사연은 짧았지만 머릿글은 언제나 "사랑하는 안해에게"였다. 아버지는 그 말이 "내 안에 뜨는 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셨다. 애인도 연인도 다 같은 뜻이라고 하셨다. 어린 나는 사람이 어떻게 해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젠 내 안에도 해가 뜬다. 그 해는 일년 내내 한 번도 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안해에게, 당신의 미소는 햇볕보다 따뜻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 오늘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 지 24년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딸의 16번째 생일이다.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다.
깊은발목
2008-05-12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