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구두를 신은 소녀
생선뼈가 고양이의 온몸을 간지럽히듯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파묻힌 골목 담벼락에서
나는 엄마의 뾰족구두를 신고
샛노오란 내 살림과 분홍빛 수첩을 꺼내들고
어른의 말을 기록하였다
분홍 에나멜 구두 옆으로 빛이 내려왔고
맛 없어 보이는 생선뼈보다 길고양이의 혓바닥이 찰져보이던
길다란 골목 담벼락 어디쯤에서
나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샛노오란 내 살림을 뒤적이다 분홍빛 수첩을 만지작 거리기만
봄 비린내가 분홍 에나멜 구두를 삼켜버렸는 지
엄마는 검정색 구두를 당장 내놓으라며
팔딱거리는 내 심장에 갈고리를 걸고 끌었다
어느 새 골목엔 내 심장의 시원한 피맛을 핥아오는 길고양이와
선홍빛 어린 시절에 굶주린 아귀들이 오후의 밧줄을 어깨에 이고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