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뼈를 다쳤을 때 "한 3주만 하고 있자" 흰머리가 적당히 난 의사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곧 능글능글하게 생긴 다른 선생님이 반깁스를 떼고 석고깁스로 바꿔주었어요. 목발을 짚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편입니까? 깁스를 하고 낑낑거리며 어설픈 목발질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하고 좋잖아" 라고 말하겠습니까? 아니면, 그저 웃음을 머금은 채 낑낑거리는 내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보내겠습니까? 나는 당신의 한숨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더군요. 연민입니까? 어느쪽이 그렇습니까? 아니, 익숙해서 걱정뿐인 사랑과 새롭기 때문에 뭐든지 반짝이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느쪽이 더 심장을 쿵쾅이게 할까요? 나는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걱정 해주는 사랑도 좋지만, 내가 웃음 지을 수 있도록 미소를 보내주는 사랑이 더 좋다고 말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당신에게 늘어놓은 걱정과 잔소리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을 참 미련하게, 한숨으로 무겁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큼한 봄바람이 부는 4월에 복숭아뼈 인대를 다치고, 무거운 깁스를 둘둘 감은 뒤에서야 나는 사랑을 배우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나의 걱정과 한숨을 그리워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 역시 그대의 사랑과 보살핌이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언젠가 이 모든 기억이 사라져 우리가 웃는 모습으로 다시 사랑하길 소망합니다. 그 날까지 행복하십시오. 걱정과 한숨이 없는 그곳에서 건강하십시오. 빛나는 청춘에 눈부신 그림을 그리십시오. 걱정이 많았던 우리 사랑, 고마웠습니다. 구름같이 부드럽고 꿀같이 달콤하고 햇빛처럼 따스하던 그대여, 안녕.
Cris
2008-04-16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