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5 [몸은 삭아도 하늘을 포기할 수는 없다]
몸은 삭아도 하늘을 포기할 수는 없다
혹한이 내 생에도 들이 닥쳤다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풀을 찾아 침만 씹다가 다리가 풀렸다
이젠 죽어도 더 못가겠다
몸이 굳기전에 뼈가 먼저 굳어 버렸다
이제 세포가 굳고 근육이 굳도
내 생각도 아련하게 사라질거야
그러나 내 몸은 삭아도 하늘을 포기할 수는 없다
동물은 움직임의 덩어리
끊임없이 처소를 옮기고
소일거리를 옮겨가며
다른 생명을 만나며 부대끼는 움직이는 생명
몸의 움직임이 그치면 죽음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
내가 바둥거린 긴 세월
흔적이 남아 너가 떠올릴지 안올릴지 몰라도
나도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을 멈춘 나의 몸
하늘을 그리는 푸른 뜻만은 사그라 질 수 없다.
200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