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 #056 갼체Gyantse를 코앞에 두고 우리의 차량은 펑크가 나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잘 닦인 아스팔트 위에서 말이다. 기사는 펑크 난 타이어를 빼내고는 차체 바닥에 달린 예비 타이어를 풀기 위해 기다란 연장을 볼트에 맞추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낡은 볼트는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남자들이 돌아가며 힘을 써보아도 꿈적 않는 볼트 앞에서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30분 동안 낡을 볼트와 승강이를 벌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고 결국은 펑크 난 타이어를 다시 끼워야만 했다. 가이드는 구경 나온 동네 아이에게 뭔가를 지시했고 집으로 달려갔던 아이가 가져온 것은 자전거에 바람을 넣는 펌프였다. 예비 타이어의 볼트가 풀리지 않았을 때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우리 모두는 자전거용 펌프로 사륜 구동 차량의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엽기적인 일을 반복했다. 차량의 커다란 타이어는 자전거와 달라서 아주 빠르고 힘 있게 바람을 넣어도 튜브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은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바람은 밖으로 새 나갔다. 추운 날씨임에도 이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쉬거나 요령을 피울 수도 없었다. 차량이 워낙 무거워 어딘가에 난 구멍으로 바람이 계속 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바람을 넣었고 누군가 지치면 곧바로 다음 사람이 펌프를 이어받아 바람을 넣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람을 넣다 보니 그래도 타이어가 어느 정도는 부풀어 올랐다. 우리 모두는 급하게 차에 올라탔다. 바람이 다시 빠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달려서 갼체에 도착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도로가 좋은 탓에 10분 만에 갼체에 도착했지만 이미 타이어는 털털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 만약 황량한 고원 한복판에서 펑크가 났다면 어찌 되었을까. 풀리지 않는 예비 타이어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을까. 티베트 여행 에세이 [열병] 중에서
박동식의 World-scape
2008-04-10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