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픔의 극복 2004년 여름, 난 유럽을 여행하고 있었다. 스페인 친구들과의 기타연주놀이, 나에게만 의미가 생긴 추억의 장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하루 종일 들판에 앉아서 그린 그림, 이탈리아 할머니 할아버지와 기차에서 나눈 대화들, 청명한 하늘, 혼자서 여행하기에 느낄 수 있는 여유, 동시에 고독.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 속에서도 난 내 자신 속으로 여행을 떠나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어설픈, 새로운 세상으로의 발걸음들이었을까. 난 문득 여행이 주는 소중한 기회들을 놓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에게 받는 영감과 감동들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던 나는 아마도 그 시간을 기록 내지는 기억 하는 행위에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좀 더 그 순간에 내가 빠져들고 또 내 스스로에게 빠져들 수 있었던 기회들이 지나갔다. 물론 잘 찍은 사진 한장이 주는 여운을 만끽하기 위해 수 없이 셔터를 눌러댔지만 나의 마음을 향한 셔터는 과연 얼마나 눌렀었을까. 이제 난 나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것은 나에게 좋은 의미. 그리고 이젠 여행 속에서 느끼는 문화적 자극, 즐거움 속에서 누르는 셔터와 나 스스로에게 빠져드는 셔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다시 여행을 할 것이다.
:: Hyun ::
2008-04-04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