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챠의 최후 _안톤체홉의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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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챠의 최후가 말해주는 것.
어쩌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도 된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그 젊은 사랑의 절망, 절망적 최후, 그 불행의 교본이다.
우리는 고전에서 현재를 배우고 익힌다.
사랑을 위해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사랑에서 패배한 젊은이들의 몸은 마치 벗어놓은 옷가지처럼
맨벽에 부딪히고 차거운 땅에 쓰러졌구나.
연출자는 짧고도 굵게 코멘트를 달았구나. [이기심]!! 이라고.
글쎄?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수긍하기로 했다.
그런데 돌연 그 밑에는 '반성' 이라는 흰글씨가 보이는구나.
연출자의 의도를 알겠다. 연출자의 의도란 항상 과거에서 출발해서
현재를 아프게 뚫고 지나가고, 먼 미래로 향하는 것.
나는 [반성]이라는 단어에 이르러서야 가슴에서 무거운 돌을 내려놓았다.
워크샵이란, 결과보다는 과정의 힘을 믿고 키우는 나무가 아닌가.
결과는 먼 훗날에도 더욱 더 환하게 빛을 쏘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물론 서둘러 저물어가던 노을처럼 이미 과거의 일들이 되어버린
갈매기 워크샵에서도, 충분히 맛보았을 것이다.
그 모든 행위와 목표에서의 '과정'이란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푯말인가를!
어떻게 정신은 그대로 발현되는가?
얼마나 치열해야하는가?
어떻게 철두철미할 수 있는가?
왜 우린 함께 모여서 이토록 긴 시간동안을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가?
몰두!!
참 좋아하는 단어다. 머리를 쳐박는다는 것!
그것은 한 마리의 모기가 피를 빨기위해 자신의 맨 앞의 것을 이용해서
온 마음으로 머리를 들이대는 일이다.
나는 조용조용히 과정을 읽어내려 갔다.
결과 따위에는 애초부터 관심에 없었다.
내게 안겨진 무거운 카메라는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가는 내 손가락 같아졌다.
감각이 무디어지다못해 아예 동지들의 관심권에도 사라진 어느 노역 배우를 떠올렸다.
그러니 결국엔 뭐냐?
과정이지! 과정만이 남는구나.
갈매기 워크샵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한사람의 배우가 무대를 가로 질러갔구나.
그는 점점 짙은 어둠 속을 걷게 될 것이다.
언제나 삶은 고통! 고통은 바람! 이라고 써붙여진 간판을 힐금거리며 쳐다볼 것이므로
나는 젊고 싱싱한 동지들의 어깨에 박수를 보낸다.
결과중심주의의 세상에서 홀로 남겨질지라도
우리들은 천상 광대가 아닌가.
순간순간 카메라를 내려놓고 멍하니 그 모습들 바라보게만든 그대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쉽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