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캠코더를 사주셨다. 너무나 신기해서 매일 들고다니며 엄청나게 떨리는 장면을 찍곤했다. 테잎이 비싸서 찍고 지우고 찍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21살이되었다. 필름카메를 샀다. 한롤 한롤 아무것도 모른채 세상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인화한 사진들을 보면서 맘에 안들어서 가끔씩 사진을찢곤했다. 디지털카메라가 생겼다. 아니 내가 정말 가지고싶던것을 가지게 되었다. 필름값이 들어가지않으니 맘껏 셔터를 누를수있었다. 원하지않으면 언제든 지울수있었으니까. 정말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와 싸웠다. 그 친구는 내가 힘들때마다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주던 친구였는데, 그날, 녀석과 주먹다짐을 한 그날, 화낌에 녀석의 사진을 모두 지워버렸다. 사진을찍을때마다 뭐든 남기고 뭐든 내 카메라로 담고싶어했다. 하지만 그 소중한 사진 한장한장을 너무도 쉽게 지울수있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만지기가 두려워졌다. 내 삶의 history, 내 변해가는 환경, 해마다 다른 날씨와 풍경. 한방울 한방울 내리는 빗방울까지도 계속 변해가고있는걸 알았을때 너무나 소중하고 모두다 담고싶었는데. 과연 그게 나에게 무슨의미일까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겨울은 끝났다.
intothetake
2008-03-13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