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손수건
노란 손수건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빈 가지에 노란 손수건을 주렁주렁 매달고
오는 사람을 맞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가는 사람이
날 사랑하면 노란 손수건을 마을 어귀의 나무에
내걸어 달라고 부탁한 얘기가
먼저 그 앞에 놓여있었을 겁니다.
사랑이 못보고 지나칠까봐
하나가 아니라, 노란 손수건을 온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는 얘기는
얘기의 마지막에 놓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갈색 손수건을 잔뜩 내걸고
겨울을 넘긴 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봄이 매해 잊지 않고 오는 걸,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가을부터 갈색 손수건을 내걸고,
한 나무가 온겨울을 기다려
봄을 맞고 있었습니다.
가을을 보내면서 늘어진 나무의 잎이
온겨우내 못버린 미련처럼 보였는데
봄에 그 앞에 서니
나무가 온통 갈색 손수건입니다.
먼 길을 온 봄이 올해도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날이 한결 더 훈훈했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