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 #053 2층으로 올라갔다. 1층과는 달리 매우 한가했다. 한줄기 햇빛이 창틈으로 들어와 사선으로 꽂히고 있었고 붉은 승복을 입은 젊은 승려들이 모퉁이에 앉아 있었다. 밖으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호흡곤란에서 벗어난 천식환자처럼 깊은 호흡을 했다. 멀리 포탈라가 새로운 각도에서 자리 잡고 있었고 광장에서 오체투지로 절을 올리는 순례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욕심 없고,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왜 그토록 고행의 길을 가야하는 것일까. 무릎과 손바닥이 닳도록 기도하는 그들을 보면서 세상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옥상에서 내려와 법당 마당을 거닐다가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살짝 웃어주었는데 아이는 수줍은 듯, 한 남자에게 달려가 안겼다. 남자는 온화한 주름과 깊은 눈을 갖고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와 수염마저도 늙어서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마치 그 모든 것이 그가 살아온 선한 삶이 만들어낸 작품처럼 여겨졌다. 사원을 나서면서 다시 생각했다. 세상을 모르는 것은 그들이 아니고,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티베트 여행 에세이 [열병] 중에서
박동식의 World-scape
2008-03-01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