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 #052 에베레스트 지역을 완전히 벗어난 후, 어느 갈림길에서 우리는 좌측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그 길은 우리가 이전에 달렸던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이었다. 작은 구릉들이 이어지는 평원을 달리다가 몇 채 되지 않는 아담한 마을로 접어들기도 했고, 협곡과 평원의 중간쯤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세련된 민둥산 사이의 길을 지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난 정갈하고 소박한 마을들. 그곳의 집들은 허리 높이의 낮은 돌담을 예쁜 치장처럼 두르고 있었고 척박한 땅에도 봄이 왔다고 곳곳에 듬성듬성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산과 산 사이에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앞서 간 사람들의 궤적으로 남아 있었다. 팅그리로 이어지는 이 길은 내가 티베트에서 보았던 길 중에 가장 아름다운 길이었고 티베트에 오기 전에 상상했던 풍경과 가장 흡사했다. 사실 마을 안쪽 길들은 너무 좁았기 때문에 우리가 멀쩡한 길을 두고 마을 골목으로 잘못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좁은 길에서 말이나 마차를 탄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은 어김없이 우리를 위해 길을 피해 주었다. 이미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도 우리를 보면 굳은 허리를 펴고 아이들처럼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창문을 열고 어른들에게 일일이 목례로 답했다. 그들이 목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티베트 여행 에세이 [열병] 중에서
박동식의 World-scape
2008-02-27 00:03